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한바탕 격전을 치를 전장(戰場) 대구에 드디어 입성했다. 지난 10일 호주팀을 시작으로 단거리 제왕 볼트까지 들어오자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열기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16일 오후 7시 대구 동구 대구국제공항. 입국장 주위에서 서포터스와 자원봉사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나라별 국기와 'Welcome to Daegu'가 적힌 현수막 등을 흔들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볼트가 속한 자메이카 선수단 10명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7개 나라 선수·코치·의료진 등 78명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이날 주인공은 단연 볼트였다. 사단법인 대구경북 늘푸른 자원봉사단 소속 회원 40명은 준비해온 북을 두드리며 "아이 러브 선더볼트(Thunder Bolt·볼트의 애칭)"를 연방 외쳐댔다.
▲ D-10… 대구에 '번개'가 내렸다… '번개'가 대구에 왔다. 남자 100m·200m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 출전을 위해 16일 오후 대구공항에 도착했다. 수많은 취재진과 팬이 입국장을 가득 메웠지만, 볼트는 인터뷰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볼트는 17일부터 경산 종합운동장에서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도착 예정시간보다 20여분이 지난 오후 8시 40분쯤, 입국장 게이트에 청바지 차림에 파란색 모자를 눌러쓴 볼트가 나타나자 대구공항은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피곤한 기색을 보인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급하게 공항을 빠져 나갔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을 연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볼트가 한국 땅에서 가장 먼저 먹은 음식은 치킨이었다. 볼트는 인천공항에서 대구행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에 패스트푸드 체인 KFC의 치킨을 주문했다. 치킨을 유달리 좋아하는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100m 결선을 하는 날에도 치킨 너깃으로 두 끼를 해결했다.
▲ “볼트, 치킨이야 받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16일 입국한 우사인 볼트가 인천공항에서 대구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도중 팀 동료로부터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치킨을 건네받고 있다. 우사인 볼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치킨으로 두 끼를 해결한 뒤 100m 세계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이날 자메이카 선수단이 묵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 앞에선 선수들을 위한 깜짝 환영행사가 열렸다.
오후 9시쯤 호텔 입구에 선수단이 도착하는 순간, 자메이카 전통의상을 착용한 국제청소년연합(IYF) 소속 대학생 회원 20명이 콩고 드럼을 두드리며 자메이카 가수 밥 말리의 '원 러브'를 3분여간 합창했다. 우리나라 '아리랑'처럼 자메이카 국민들의 애창곡이라고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학생들과 어울려 같이 춤을 췄고 볼트는 그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에 담았다. 노래가 끝난 후 학생들이 "와구안(자메이카어로 '안녕하세요'란 뜻)"이라 외치자 볼트는 "생큐"라고 답하며 학생들과 악수했다. 또 단체 사진도 찍은 후 숙소로 들어갔다. 자메이카 팀은 오는 23일까지 숙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경북 경산시 경산육상경기장에서 대회 전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