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달라도 우리는 하나
`2005 세계 청소년 문화축제` 한국대회
45개국 대학생 2500명 젊음ㆍ패기로 `인종의 벽`극복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친구들이 있잖아요. 혼자라고 느껴질 땐 주위를 둘러 보세요. 모두가 바로 나의 친구랍니다~”
세계 각국 청소년들이 흥겨운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간혹 환호성도 터졌다. `세계 청소년 문화축제`가 열린 17일
오후 시청 앞 잔디관장은 초록의 풍성함으로, 젊음의 열기로 한껏 푸르름을 자랑했다. 문화축제 참가자들은 연령과 인종, 국적과
문화적 관습의 벽을 넘어 하나된 일체감을 한껏 느꼈다.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는 청소년들 가슴 속에는 사랑과 헌신이란 단어가
화인처럼 각인됐고, 이타심은 가없이 외연을 거듭했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들처럼.
세계문화 축제는 사단법인 국제청소년연합(회장 도기권)이 주최한 ”제8회 IYF세계대회(대회장 박옥수)”의 하이라이트
행사다. 6월 28일부터 45일에 걸친 대장정의 절정을 이루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로 여덟번째를 맞은 IYF세계대회는 전세계
45개국 대학생 2,500여명이 참가해 김천수련원과 영동캠프장, 제주도에서 각각 기본훈련과 젊음과 도전, 교류와 연합, 그리고
국제문화교류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문화축제에서는 세계적 성악가와 연주자들이 한달 넘게 동거동락하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각국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선사했다.
동시에 참가자들은 조국의 고유문화를 선보였다. 그동안 수련은 물론 한낮 불볕더위까지 단숨에 날려버리는 청량제였다. IYF
도기권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음악언어와 를 통해 청소년들 서로가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맞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1부 각국의 민속 댄스행사의 첫 참가자인 태국 대학생들은 민속의상을 입고 나와 특유의 손동작과 율동을 선보였다. `덩카이 지역`의 노래와 춤을 추면서 연인의 안타까운 만남을 그리는 댄스는 행사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미국 대학생들은 서부 개척시대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손엔 도끼를, 한손엔 성경책을 들고 서부를 개척해 나간
시대정신을 드러낸 분장과 의상들을 준비해 귀에 익숙한 락에 맞춰 율동과 함께 발랄하게 표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이번 행사엔 멀리 케냐의 나이로비국립대학 합창단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나이로비대학의 합창단은 케냐 민속의상으로
역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아프리카 민속분장에 장신구를 걸치고 붉은 의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청년의 열렬한 마음을 담은 `안젤리나`를 열창했다. 무반주 화음과 자유로운 몸짓이 에스닉풍 의상과 어우러져 강렬한 생명력을 뿜어내
감동을 자아냈다. 특히 이들의 공연을 통역한 한국의 대학생들은 IYF 회원으로 지난 1년간 아프리카에서 봉사하고 돌아온
팀들이다.
각국 대학생들의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2부 행사는 세계 정상급 성악가와 음악가들의 무대로 한국에선 좀체 보기 힘든 소중한
자리였다. 러시아의 정상급 성악가인 베로니카 지오에바는 이날 베르디의 오페라 가운데 `정결한 여신`을 첫곡으로 선사했다. 풍부한
성량으로 저음과 고음을 오가며 여름밤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베로니카의 노래는 무더위를 식혀줬다. 차이코프스키 콩쿨,
전국러시아성악콩쿨 등에서 1등 하고 2005 마리아 칼라스 콩쿨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으로 역량을 인정받은 성악가다운 무대였다.
메조 소프라노 라리사와의 듀오 공연 또한 아름다운 음색이 돋보였고 이어진 피아니스트 이사벨라 크라스노바의 피아노 솔로
연주는 맑고 풍부한 음감을 선사했다. 그녀가 연주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쇼팽의 즉흥환상곡은 독특한 그녀만의 해석으로 이전에 들을
수 없던 연주였다.
IYF와 항상 동고동락하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무대가 시작되자 관객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하늘의 미소`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은 임긍수의 `강 건너 봄이 오듯`, 김동진 의 `목련화`를 선사하면서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세계 각국의 청소년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꽃다발 증정식에서 가장 많은 꽃다발을 받은 베로니카는 청중에게 답례의 곡으로 감사함을 표시했고, 그라시아스합창단 등이
IYF 해외 현장체험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서 아프리카곡 `함루이 메칼루`를 연주하면서 2시간여에 걸친 문화축제는 막을 내렸다.
국적과 연령, 인종을 넘어 음악언어를 중심으로 하나된 모습을 연출해낸 세계청소년문화축제는 풋풋한 젊음이 엮어낸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다.